여기에 모인 우리
오랜만에 수도에 올라가 마침 한인 예배를 인도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모인 우리 주의 은총 받은 자여라......” 찬양이 시작됨과 동시에 바로 옆에서 흐느끼는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느끼는 예배감동이 쓰나미처럼 우리모두를 압도하였습니다. 얼마 전 미국대사관건축을 위해 차드에 파견 받아 오신 미국국적의 한인 부부이십니다. 차드에 와서도 여러 달을 호텔에 머물면서 숨죽이며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을 통해 한인공동체가 있다는 말을 듣고 수소문하여 처음 한인예배에 참석하였던 것입니다. 그분들에게 그날 예배는 그냥 예배가 아니었습니다. 황량한 땅에서 한인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는 갈급한 심령에 쏟아지는 은혜의 폭풍우였습니다. 그만큼 간절했던 예배의 갈급함이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무미건조하게 드리는 예배는 누군가에게 사무치도록 그립고 열렬히 사모하는 특별한 시간입니다. ‘너무도 추운 곳에서 살았기에, 다음 발령 지는 더운 곳으로 보내달라고 기도했는데, 기도를 너무 빡 세게 해서 그만 차드에 오게 된 것 같다’고 소개하는 시간에 웃으며 말씀하십니다. 예배의 회복은 갈급함의 회복임을 일깨워 주라고 하나님께서 차드에 보내주신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왈리아7번교회 예배당(건축)이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분들이 저희의 사역지를 둘러보고 감동받으셔서 저희 사역에 도움을 드리고 싶다며 헌금을 하였습니다. 저희는 하나님께서 교회건축을 위해 보내신 특별헌금이라고 생각하여 건축에 보태기로 하였습니다. 이렇게 왈리아 교회는 조금씩 다시 하늘을 향해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새 예배당, 여기에 모일 우리 ‘날마다 구원의 기쁨을 회복시켜주시고 자발적인 마음으로 주님을 늘 바라게 하소서.’

주님을 믿고 모험하지 않았다면
저희는 다시 이사를 단행하였습니다. 벌써 차드에서만 여섯번 째 입니다. 매번 "이번 이사가 마지막 이사다"라고 다짐했었는데... 다시 그 다짐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이사는 한 곳에 오래 정착하는 동안 늘었던 살림살이의 무게와 한판벌이는 씨름이며, 그 영광은 몸살인 것 같습니다. 또 안주(安住)라는 진드기를 털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배우는 광야의 한 모퉁이 같습니다.
새 보금자리에서 처음 누리는 것들이 매일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전기가 거의 매일 있습니다. 차드의 거의 유일한 공장인 꼬똥차드(Coton Tchad)에 연결된 곳이라 전기사정이 아주 좋습니다. 물 사정도 나쁘지 않습니다. 차드에서 10여년만에 처음 누리는 혜택(?)입니다. 한 밤중에 에어컨 압축기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나 기도해야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누림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당연한 것이 여기서는 이토록 큰 특권이 되고 있습니다. 이 소리는 오늘 내가 당연하게 누리 것 중 많은 것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특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하늘의 음성 같습니다. 지금 내가 누리는 복음과 은혜는 결코 받을 자격이 있어서 주어진 것이 아님에도, 감사와 감동이 사라진 메마른 가슴으로 하루하루를 맞이하는 자신을 새롭게 하라고 일깨워주는 자명종 같습니다.
이사를 하게 된 것은, 예전 집이 건기(乾氣) 때에는 수도물이 거의 나오지 않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기때문입니다. 또 집이 너무 허술해 먼지속에서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말라리아 모기떼로부터 아무리 조심해도 우리를 지켜내기 힘든 곳이였기때문입니다.  하루는 말라리아로 자꾸 아픈 아내를 보고있는데, ‘너 뭐하냐. 이사하지 않고’ 라며 주님이 채근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이전부터 이사하려고 집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마땅한 집이 없어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아내에게 “우리 진짜 이사 간다!”라고 말하고 무작정 집을 찾아 나섰습니다. 온 시내를 이 잡듯이 뒤지며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우리가 살집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님이 분명히 예비하신 곳이 있을텐데…..’라며 속 말을 하고 있는데, 그 때 아내가 갑자기 “꼬똥차드에나 가보자. 빛터가 방학 때 오면, 심심해하지 않도록 수영이라도 시켜주게.” 그런데,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거기에 주님 예비하신 우리집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을 믿고 모험하지 않았다면, 주님을 신뢰하고 무작정 집을 찾아 나서지 않았다면 결코 맛보지 못할 선하신 손길이었습니다. 사실 꼬똥차드는 우리와 같은 외부인이 살수 있는 곳이 아니랍니다.

내게 맡겨진 아이들만이라도
이사 때문에 며칠 늦게 아이들을 방문하였습니다. 매달 세 아이들에게 곡물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세 명의 아이들 모두 할머니 품에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눈물 나도록 어려운 아이들입니다. 한 아이는 부모가 모두 에이즈로 죽고, 이모마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입니다. 한 아이는 아빠가 교통사고로 인해 다리를 잃었고, 이를 비관한 엄마는 집을 나간 후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또 다른 아이도 에이즈로 인해 엄마를 잃은 아이입니다.
할머니들의 마음엔 무거운 납 덩어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눈은 점점 침침해지고 손발은 점차 오구라 드는데, 아이들은 여전히 어리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방문하면, 저희의 손을 꼭 잡고 고마움을 전하려고 애쓰십니다. 단지 심부름한 것 박에 없는데…… 오히려 저희가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설탕과 가루우유, 쌀 50kg을 지원해 주었습니다.
이곳 문두에서의 생활이 너무 불편하고 힘들어(아내도 나도 까딱하면 말라리아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다시 수도인 은자메나로 이사하려고 까지 마음 먹었습니다. 거긴 우리집도 있고, 학교도 있고, 교회도 있고, 한국사람들도 있고…… 그런데 이들을 두고 갈 수가 없었습니다. 약속한 기간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하나님께서 내게 맡기신 아이들이라는 생각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집을 나서며 속말을 해봅니다. 내게 맡겨진 아이들만이라도 더 사랑한 이후에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주렸으니-
음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그 평화에.

나는 목말랐으니-
물 때문이 아니라 전쟁에 시달려 타는 듯한 갈증으로
평화의 물이 아쉬웠기에.

나는 헐벗었으니-
옷이 없어서가 아니라
고귀한 인간이 그 존엄성을 박탈당하였기 때문에.

나는 집도 없었으니-
벽돌집이 아니라 이해하는 마음, 감싸주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의 집이 없었기에.
(마더 테레사 수녀님의 글 중에서)

차드에서 조승호, 문유숙(조빛터)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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